지난주 토요일에 둘째 아이의 일정으로 외부에 나갔다가 김포공항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공항칼국수'에서 얼큰한 버섯칼국수를 먹기로 합니다. 이곳은 1979년에 생겨서 43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 백종원의 3대 천왕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다고 합니다.
공항칼국수집은 제가 20대 때 직장생활을 방화동쪽에서 하면서 점심에 직장동료들과 자주 들러서 먹었던 곳입니다. 2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버섯칼국수입니다. 인원수대로 주문을 하면 냄비에 육수와 버섯을 담아내 가져다주십니다. 그리고 1인 1 김치를 주시는데 이 집의 김치맛이 일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마늘을 너무나도 사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늘 조금이라고 하면 거의 한국자는 넣어야 마늘을 좀 넣었구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곳 김치에서는 마늘의 알싸한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날것의 겉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먹고 나서 마늘향이 걱정될 수는 있으나 맛있으면 그리 크게 걱정할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버섯이 익을때쯤 인원수대로 칼국수면을 넣어서 익혀주는데 그 사이 버섯과 채소들을 먼저 먹는 방식입니다. 칼국수 국물이 칼칼하니 일품인데 역시나 마늘이 들어가 있습니다. 면에 육수가 스며들 정도로 익으면 김치와 함께 먹어주면 됩니다. 칼국수를 다 먹고 볶음밥을 먹을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으나, 혹시나 부족할까 봐 수육도 하나 시켜서 같이 먹는데 부드러우면서 잡내도 안 나는 게 칼국수와의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수육을 찍어먹을 수 있도록 간장 소스를 주시는데 여기에도 편마늘이 들어가 있습니다. 너무 짜지 않아서 수육을 간장에 듬뿍 찍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버섯칼국수의 하이라이트는 볶음밥입니다. 면을 다 먹으면 이모님께서 오셔서 국물을 모두 덜어내고 채소가 들어있는 밥을 함께 볶는데 덜어낸 국물을 반국자 정도 넣어서 함께 볶아 주십니다. 어느정도 밥이 누를 정도로 볶아지면 긁어먹기 시작하면 됩니다. 저희 아이도 볶음밥을 싹싹 긁어서 맛있게 먹어주니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습니다. 당연히 볶음밥을 먹을 때 국물에 '찍먹'을 하게 되면 고소함과 칼칼함이 함께 어우러져 어느새 냄비째 들고 볶음밥을 긁어먹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냄비째 먹느라 볶음밥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도 못 했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공항칼국수 집은 약간 허름하기도 했고 1층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통해 주로 2층에 자리를 잡아 식사를 했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건물의 지하로 이사를 해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도록 좀 더 깔끔해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의 칼국수를 20대때는 직장동료들과 즐겼다면 지금의 와이프와는 결혼하면서 함께 맛보러 다녔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었던지라 이제는 아이와 함께 제가 즐겨 먹던 단골집에 와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에 정말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와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아직까지 그곳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추억의 장소, 추억의 음식들을 찾아 그 곳에 가 봤을 때, 그것들이 사라지고 없어진다면 그 시절의 기억과 시간들도 함께 사라지는 기분들로 인해 가슴 한편에 먹먹함이 스며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내 젊은날의 그곳들이 남아 있어서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우리 아빠하고 같이 와서 먹었던 곳인데, 아직도 맛이 그대로야"라고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추억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 가족들과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나 음식들을 찾아 떠나보시는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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